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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농사일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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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모녀지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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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7/13 (1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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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사과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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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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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지간
김혜레나
“엄마,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주말에 함께 내려 갈께요”
당돌하게도 그랬다. 부모 곁을 일찍 떠나 사회생활을 하던 터라 모든 결정은 혼자 해야 했다. 시골에 살면
시골 사람이랑 결혼 할 것 같은 마음에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했고 다행히 서울 사는 남자를 만났다.
한여름 뙤악볕 아래서 밭을 매는 엄마에게서 나는 진한 땀냄새가 그렇게도 싫었다. 힘들게 일하고 집에
와도 아버지는 평상에 누워 쉬는데, 엄마는 땀에 젖은 옷을 갈아 입지도 않고 식사 준비를 하셨다. 김치
라도 담그느라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을라 치면 아버지는 들에 안 나온다며 몇 번이나 채근을 하시며
화를 내셨다. 나는 결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사고도 많았던 크리스마스 이브날 결혼을 했다. 20년 전이다. 결혼식 비용도
혼수도 내가 모아둔 돈으로 해결했다. 엄밀히 말하면 일부는 모아둔 돈으로 지불하고 일부는 카드로
결제했다. 결혼 하고서도 한참을 카드 할부대금 갚느라 힘들었던 것 같다.
엄마는 목돈 안 들이고 결혼시킨 막내딸이 많이 안쓰러우셨는지 결혼 후 몇 년 째 되던 해에 목돈을
쥐어 주셨다. 50만원 이었다.
“요즘 김치냉장고가 나왔다더라. 거기에 김치를 넣어 보관하면 김치가 시지도 않고 오래 간데.”
김치냉장고가 막 나올 무렵이었다. 콩이랑 참깨, 들깨, 고추를 아버지 몰래 장사꾼에게 팔아서 장롱
깊숙히 숨겨놓았던 돈이었다. 그 돈 모으시는데 족히 2년은 걸리셨을 거라 생각하니 코끝이 시려왔다.
“엄마, 감사해요. 잘 쓸께요.”
그래서 딤채를 샀다. 김치통 4개가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의 김치냉장고 였다. 엄마가 해주신 혼수였기에
유독 애착이 갔다. 결혼 후 여덟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도 고장 한번 안나고 지금껏 쓰고 있는걸 보면
엄마의 간절함을 김치냉장고도 잊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엄마, 총각김치가 먹고 싶어요, 마늘 장아찌 해주세요, 된장이 떨어졌어요.”
혼수장만 못해 준 게 미안하셔서 였는지, 아이 셋 키우며 직장생활 하는 게 안쓰러우셨는지 엄마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해주려고 애쓰셨다. 그래서 였는지 엄마는 내가 믿고 의지하는 든든한 지원자이며
해결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다. 엄마처럼 쓰던 달던 모두 삼키고 소화시킬 방법을 모르겠다. 요즘 대학생
딸아이와 씨름중이다. 고등학교 3년을 기숙사에서 보낸터라 그런지 아이 성격이 많이 변해버렸다.
사춘기가 왔다 갔는지도 모를정도로 조용하고 배려심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요즘은 상대방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스무살에 사춘기가 왔나 싶을 정도로 제멋대로다.
“엄마, 나도 이제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 거야.”
시쳇말로 요즘 참 싸가지가 없다. 그래도 엄마인데 존중받고 싶은데 딸아이는 친구 대하듯 한다.
아이에게 너무 편한 엄마였나 싶어 요즘은 약간의 거리를 두려고 한다. 아이가 요즘 많이 하는 말이다.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는 내가 알아서 하도록 참견하지 않으셨다. 심지어 사윗감을 고르는 것 조차도. 그때는 혼자서 모든걸
해결해야 하는게 서글프고 외로워 무능한 부모라 원망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엄마는
나를 믿으셨던 것 같다. 나도 딸아이를 믿고 기다려 줘야 될 것 같은데 어디까지 참고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일은 서점에 들러서 책 한권을 사야겠다. 제목은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다. 딸을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 들이고, 이해 대신 인정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 없는 대화를 만들기에 수월하다며 그 방법을
제시해 준다고 한다.
“넌 그것 밖에 못하니?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 모양이니?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는 거니?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엄마 말이 그렇게 우스워? 그것 봐, 엄마 말 안 듣더니 꼴 좋다. 내가 너를 왜 낳아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런 말들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말들은 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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