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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7/13 (13: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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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사과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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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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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김혜레나
인적이 드문 산허리에 들어 앉은 요양원은 정남향이다. 요양원 뒤편부터 시작된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야트막한 정상으로 이어진다. 아담하고 소박하게 꾸며진 양지 바른 정원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엄마의 침대는 2층에 위치하고 있다. 고개만 돌리면 창 밖의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명당자리
중에 하나다. 그도 그럴것이 엄마는 요양원 환자중에 가장 오래된 환자이다.
“엄마, 저 왔어요”
틀니 빠진지 오래 된 오그라든 입술이 동그랗게 열리더니 웃으신다. 구정 때 뵈었으니 석달 만에 보는데도
알아보시는 눈치다.
“너무 오랜만에 왔어요. 죄송해요.”
엄마의 눈빛은 고요하다. 마흔 넘어 낳은 막내딸이 다른 자식들에 비해 각별 하기야 하겠냐마는, 내리사랑
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애틋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눈에 가끔 알수 없는 날카로움이 서릴
때는 나에 대한 원망이려니 생각한다. 처음 엄마의 눈빛에서 날카로움을 봤을 때는 죄책감에 온몸이 떨렸다.
엄마가 우리 집에서 쓰러지신 것은 우연이며, 그전부터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했다는 동네 어른들의 말은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엄마의 뇌출혈이 내 탓 인 듯해서 참 힘든 6년을 보내고 있다.
2010년 2월, 유난히도 추운 세밑이었다. 구정 사과 선물세트 주문량이 많아 밥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이
빠쁘길래 팔순의 노모를 불렀다. 두 집 살림을 하는 터라 아이들 밥이라도 챙겨 주시면 일이 훨씬 수월할
것 같은 생각에서 였다. 며칠 아파트에서 계시더니 그날은 답답하다며 농장엘 가시겠다고 하셨다.
“얘야, 오늘은 농장에 가고 싶구나”
아침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 도와 주시는 아주머니 한분과 오전에 사과를 골라
주시고는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다. 작은 열난로 앞에 앉아 사과를 하나 깍아 드시면서
“사과가 어쩌면 이렇게 맛있냐”
사과 한개를 다 드시고는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힘들어하셨다. 엄마를 태우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엄마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다. 차를 중간에 세우고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가면서 한없이 울었다. 엄마가 드신
사과 한 알이 엄마의 마지막 만찬이었다.
엄마는 아직도 투병중이다. 물 한 모금 마지시 못하고도 몇 해를 살고 계신다. 육신은 메말라 뼈 속을
파고들고 온 몸은 만신창이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 이며, 엄마가 평생을 믿고 의지하던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 궁굼하다. 인간은 생에 있어 네 개의 문지방을 넘는다고 한다. 탄생으로의 문지방, 성년으로의
문지방, 결혼의로의 문지방, 그리고 마지막 죽음으로의 문지방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넘어야 할 죽음의
문지방 앞에서 엄마는 아주 오래도록 머물고 계신다. 엄마 눈에 어리는 평화가 마음의 평화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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