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칠듯 햇살도 살짝 비추더니만 이내 부슬부슬 또 내리네요.
도대체 며칠째인지...
태풍으로 큰 피해는 없는 저희지만 추석이 20여일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내리는 비와 흐린 날씨가 원망스러울 따름이지요.
올 여름은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어요. 올 여름방학엔 아이들 학원도
다 끊어 버리고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답니다. 아침 9시만 되어도 땡볕이라
바깥일은 할 수 없었던 삼복 더위가 지나고 이제 수확의 계절이 오고있답니다
몇해 전, 일복으로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서 5일마다 장이 서는 구담장에
갔었지요. 덥다고 짧은 옷을 입고는 풀숲에서 일을 할 수 없기에 한여름에도
긴팔에 긴바지를 입어야 하는게 농촌 풍경이랍니다. 등줄기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도 벗으면 햇볕에 그을리는 건 고사하고 모기떼에 총공격을 받아 몇일을
긁느라 고생하지요.
"아주머니, 시원한 남방하나 주세요"
했더니 옷가게 아주머니는 105는 됨직한 커다랗고 두꺼운 남방을 내밀며
"땀받는데는 최고야. 순면이라서... 가격은 비싸지만 후회안할거야"
2만5천원정도 주고 산 기억이납니다. 시골 장이라서 5천원 짜리도 많은데
시원하다고 하니까 거금(?)을 주고 사긴 했는데, 말투로 보나 차림새로 보나
이방인이지 싶어 바가지 씌운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지요.
집에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여름옷 치곤 너무 두껍다 싶어 바꾸려고 했는데
다음장날은 비가 와서 장이 서지 않았고, 그다음 장날엔 내가 일이 있어 못갔고
이래저래 사놓고는 입지 않았던 옷을 요즘 다시 꺼내입는 답니다.
풍기 인견으로 만든 잠자리 날개 같은 옷들은 집안일 할때나 시원하게 입구요,
사과나무 아래서 일할때는 두꺼운 그 남방만 자꾸 입게 되네요. 얇은 옷은
바람은 간간히 통과하지만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통과시켜 더 뜨겁구요,
두꺼운 옷은 바람은 통하지는 않지만 햇볕은 어느정도 차단시켜 주니 그나마
견딜만 합니다.
숨이 턱밑까지 꽉~~ 막히는 힘겨운 여름나기...
어렸을적 엄마는 들일 나가실 때마다 모자 위에 수건 하나를 더 얹어 쓰시고는
땀을 줄줄 흘리시며 일을 하실때 어린 마음에
'참 미련하시네. 더운데 수건까지 쓰셔야 하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깨달았지요. 땡볕 아래에서는
모자 하나 쓰는 것 보다는 그 위에 두꺼운 수건을 얹었을 때가 더 시원하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