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일 오후 5시 30분경
이름없는 돌풍에게 삽시간에 당했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무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농장지기는 그날따라 서울에 볼일이 있다고 올라가고 나는 혼자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가 많이 오면 25분 거리에 있는 집에 가지 못할것 같아 폭우를 뚫고라도 아이들 기다리는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돌풍에 차가 뒤집어 질것 같아 20리터 짜리 물통 열댓개를
트렁크에 얹었는데도 불구하고 시동을 켜지 못했다. 차를 날려버릴 듯한 무서운 돌풍때문에.
집앞에 지나가는 차들이 비상등을 켜며 슬금슬금 우리집 대문으로 들어선다. 혼자 가뜩이나
무서워 떨고 있는데 그네들도 좀더 안전한 장소를 찾아 건물 옆으로 대기한다.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이렇게 올까 싶을 정도로 삽시간에 들이닥친 소용돌이.
집안에 들어가 농장지기와 통화를 하며 20~30분이 흘렀을까? 주위가 조용해 지고 먹구름
사이로 햇빛도 간간히 비치기 시작할때 정신을 차리고 과수원을 둘러 보았다. 말문이 막혔다.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랄까? 쓰러진 나무들 때문에 통로가 막혀 지나갈 수가 없었다. 돌아보면
돌아볼 수록 귀가 먹먹해 지고 머리속이 백지장이 되는듯 했다. 핸드폰을 꺼내어서 사진을 찍어
농장지기에게 전송하며 상황을 알렸고 농장지기는 바로 안동행 버스를 탔다.
200여그루의 나무가 쓰러졌고, 일주일 넘게 일으켜 세우는 고된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뙤악볕을 견디지 못하고 절반이 넘는 나무가 말라 죽었다. 너무도 쓰라린 경험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작황이 좋아 풍년이다.
안땍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막상 올리려고 하니 대부분의 사진이 흔들렸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마음의 떨림이 손끝까지 전해져 그런 모양이다.